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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감정의 진심을 꺼내는 시간

karmaisreal 2025. 4. 16. 18:01

감정의 솔직한 기록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심리적 불안과 일상의 작은 기쁨 사이를 솔직하게 고백한 에세이입니다. 저자 백세희는 기분부전장애를 겪으며 정신과 상담을 받은 내용을 일기처럼 풀어내는데, 그 방식이 너무도 담담하고 진솔해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말 못 할 감정들’을 대신 말해주고, 그것을 정리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죽고 싶다는 말이 꼭 죽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때로 극단적인 감정을 겪지만, 그 순간에도 떡볶이처럼 소소한 삶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힘들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렸고, 그 감정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어딘가가 가만히 쓰다듬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부드러운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이라는 경험

책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내용입니다. 단순히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뿌리를 함께 탐색하고, 왜곡된 사고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반응을 점검해가는 과정은 독자에게도 치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은 독자인 저 자신에게도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 상처는 때때로 관계에서, 자기 자신에게서 다시 드러납니다. 상담 장면을 읽으며 저 역시도 ‘나의 말투와 반응 뒤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또한 책은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며,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아주 건강한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저에게도 이 책은 ‘마음이 아프면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나를 이해하는 용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결국 ‘자기 이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병명을 밝히고 감정을 고백하면서도, 자신을 단정하거나 규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면모를 발견하고, 더 깊이 있는 인간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감정을 기록하는 것’의 힘을 느꼈습니다. 감정이란 흐릿하고 잡히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면 형태가 생기고,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도 책을 읽은 이후에는 하루에 한 줄이라도 감정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내면이 조금 더 차분해졌습니다. 이 책은 마음이 힘든 사람뿐 아니라, 스스로를 자주 몰아붙이는 사람, 혹은 감정을 회피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복잡하고 마음이 흐릿한 날, 이 책을 다시 펼치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과 함께,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조용한 용기를 얻게 됩니다.